목록으로
연구 노트스트레스 테스트국면 전략

2008이 다시 온다면 — 우리 전략의 방어를 실제 데이터로 검증했다

우리 백테스트에는 큰 위기가 코로나 한 번뿐입니다. 그런데 코로나는 급락 후 급반등한 V자였습니다. 만약 2008처럼 1년 내내 천천히 무너지는 위기가 온다면? 사이보스로 2005년 데이터를 확보해 실제로 돌려봤습니다.

저자: Kim Yongboem작성일: 2026-07-08

우리 국면 전략(REGIME_C)의 12년 백테스트 성적은 좋습니다. 하지만 그 12년(2015~2026) 안에 있었던 대형 위기는 코로나(2020) 딱 한 번뿐입니다. 그리고 코로나는 한 달 급락 후 곧바로 급반등한 V자 위기였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2008 글로벌 금융위기는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고점에서 저점까지 1년 내내 천천히 무너진 그라인딩(grinding) 하락이었습니다. 우리 전략은 이런 위기를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습니다. 코스피가 8,000선의 사상 최고 영역에 머무는 지금(2026-07-07 종가 8,051), 이 미검증 구간을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로 보였습니다.

이 글은 예측이 아닙니다. 시장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시스템이 2008형 위기를 만났다면 어떻게 반응했을지를 데이터로 확인한 기록입니다.

1단계: 통계로 먼저 물어보기 — "최악은 얼마였나"

실제 2008 데이터를 구하기 전에, 지금 있는 것만으로 먼저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 전략의 월별 수익 순서를 무작위로 뒤섞으면 최대낙폭이 얼마까지 나올까? (블록 부트스트랩, 2만 회)

시나리오최대낙폭
실제로 겪은 값−21.8%
시뮬레이션 중앙값−28.0%
하위 5% (나쁜 경우)−43.8%
하위 1% (아주 나쁜 경우)−51.8%

실제로 겪은 −21.8%는 가능한 낙폭 분포에서 유리한 쪽 끝에 있었습니다. 같은 전략, 같은 수익률이라도 순서가 나빴다면 −44~−52%도 충분히 가능했다는 뜻입니다. 낮은 실측 낙폭에는 실력만이 아니라 **경로의 운(運)**이 섞여 있었습니다.

2단계: 2008을 실제로 돌려보기

통계 추정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진짜 2008 구간에서 우리 전략의 방어 스위치가 실제로 켜졌는지를 봐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사이보스(CYBOS)로 2005~2013년 주가를 확보했습니다.

먼저 신뢰성 검증부터 했습니다. 우리 국면 판정 로직을 복제해 20152026 구간에 돌린 결과가 실제 운용 기록과 137개월 100% 일치했습니다. 로직이 정확히 복제됐음을 확인한 뒤, 같은 로직을 20072009에 적용했습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동시에 나왔습니다.

  • 스위치는 제때 켜졌습니다. 코스피 고점(2007-10-31) 이후 단 1개월 만에 하락장(BEAR)으로 전환했습니다. 감지 자체는 빨랐습니다.
  • 그런데 방어에는 실패했습니다. 2008 구간에서 코스피가 −54.5% 빠질 때, 우리 전략을 그 구간에 적용한 방어곡선은 −47~−54% 였습니다. 거의 막지 못했습니다.

왜 스위치는 켜졌는데 방어가 안 됐나

원인은 규칙 하나에 있었습니다. 우리 전략에는 "주가가 60일 평균선보다 많이 아래로 빠지면 = 너무 많이 빠졌으니 곧 반등한다(과매도)"고 보고, 방어를 풀어 시장 대표주에 올라타는 규칙이 있습니다.

  • 코로나(2020)에선 이 규칙이 맞았습니다. 급락 후 진짜 반등이 왔으니까요.
  • 2008에선 정반대였습니다. 주가가 1년 내내 평균선 아래에 머물러서, "과매도" 신호가 하락 내내 켜졌습니다. 위기 10개월 중 8개월이 이 상태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떨어지는 내내 반등에 베팅하다 시장과 함께 추락했습니다.

이 규칙은 표본이 코로나 한 번(약 15개월)뿐인 V자 반등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천천히 무너지는 2008형 하락에는 일반화되지 않았습니다.

두 개의 답을 합치면

질문통계 추정2008 실측
최악 낙폭은?하위 1% −52%실측 프록시 −47~−54%
방어는 일반화되나?미검증반증됨
실측 −21.8%의 정체는?미결코로나 V자의 경로 운

통계가 던진 "−52% 꼬리위험" 경고와, 2008 실측이 확인해 준 "방어 실패"가 같은 방향을 가리켰습니다. 우리 전략의 −21.8% 낙폭은 실력의 하한이 아니라, 운이 좋았던 상단이었습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

이 검증은 우리 자신의 리스크 인식을 바꿨습니다.

우리는 이제 우리 전략의 꼬리위험을 실측 −22%가 아니라, 부트스트랩과 2008 실측이 함께 가리키는 −50%대로 잡습니다. 이것은 시장이 폭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아닙니다. 우리 시스템이 가진 성질을 보수적으로 인식하겠다는 것이고, 그에 맞춰 운용의 여유(레버리지를 쓰지 않고, 현금 완충을 두는 것)를 스스로에게 부과하겠다는 뜻입니다.

퀀트에서 가장 위험한 문장은 "이 전략은 위기에도 강하다"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믿었던 근거는 코로나 한 번이었고, 그 한 번은 하필 가장 방어하기 쉬운 형태였습니다. 데이터를 끝까지 밀어붙여 그 착각을 스스로 깨는 것 — 그것이 우리가 이 검증을 공개하는 이유입니다.

한계 (정직하게)

2005~2013 구간에는 종목별 수급 데이터와 당시 지수 구성 이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 시절 정확히 어떤 종목을 사서 얼마 벌었나"는 완전히 재현할 수 없고, 위 방어곡선은 국면 판정과 대략적 노출로 근사한 값입니다. 다만 방어 실패라는 결론은 낙관·비관 양쪽 가정에서 모두 동일하게 나와, 근사의 불확실성이 결론을 뒤집지는 않습니다.


본 글의 수치는 20152026년 백테스트(거래비용 왕복 0.35%, 생존편향 보정)와 20072009년 국면 판정 재현(가격 기반 프록시)에 근거합니다. 모든 내용은 우리 시스템의 과거·모의 거동에 대한 관찰이며, 향후 시장 방향에 대한 예측이나 특정 종목·자산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백테스트·시뮬레이션 결과는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